신경림 시인은 주로 농촌과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노래하였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 속의 화자나 대상은 서민들, 농민들이었고, 그들의 삶과 애환을 노래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신경림 시인의 시 '농무, 목계장터, 가난한 사랑 노래'에 나타난 농민과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농무 - 농민들의 한(恨)과 고뇌 어린 삶
농무(農舞)는 원래 농촌에서 일을 끝낸 다음 노동의 피로를 풀고 삶의 활력을 얻으려고 추는 농민들의 춤입니다. 동시에 농민들이 보고 즐기는 춤입니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1960~1970년대의 비극적 농촌 현실과 농민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소재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시는 농촌의 암울한 현실을 사실적이고 극적으로 묘사한 작품입니다. 농무가 끝나고 학교 앞에서 뒤풀이는 하는 농민들에게 밀려오는 것은 허탈감뿐이었습니다. 삶에 대한 그들의 인식은 답답하고 고달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허탈감과 '한'을 가지고 농무를 추면서 걸어가는데, 그들이 지닌 감정은 고달픔에서 점점 신명으로 전환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신명'은 울분을 삭이는 역설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따라서 겉으로 흥겨운 축제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당대 농촌 사회의 어려운 현실에 대한 인식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 시에는 고전 소설 <임꺽정>의 등장인물인 '꺽정이와 서림이'가 등장합니다. 이들의 등장은 1960~1970년대 농민의 현실과 수백 년 전 조선 시대의 농촌 현실 사이에 차이가 없음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또한 현실적 모순에 저항하는 '임꺽정'을 통해 농민들의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내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2. 목계장터 - 방랑과 정착 사이에서 갈등하는 민중들의 삶과 애환
목계장터는 근대화의 과정에서 붕괴되어 가는 농촌 공동체 속에서 민중들의 삶의 애환과 이야기가 있는 곳입니다. 이 장소의 특징은 정착하거나 안주할 곳이 아니라, 잠깐 쉬어 가는 곳이나 넉넉한 인정이 아직도 살아 있는 공간입니다. 이 시는 이런 '목계 장터'라는 구체적인 삶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목계'는 1910년까지만 해도 마포나루에서 출발하는 소금배 등 사선들의 기항지로서 중부 내륙 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점차 쇠퇴하기 시작하여 이곳을 근거지로 한 민중의 삶에 어려움을 주게 됩니다. 시인은 이러한 '목계장터'를 배경으로 근대화의 과정에서 몰락해 가는 농촌 공동체의 민중의 삶과 그 애환을 토속적 언어로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방랑과 정착의 대립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소재들을 활용하여 화자의 갈등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름, 바람, 방물장수, 떠돌이'등으로 대표되는 떠남의 이미지와 '들꽃, 잔돌' 등으로 대표되는 정착의 이미지를 교차하여 떠남과 정착의 기로에 서 있는 농촌 공동체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방물장수는 팔 물건을 보따리에 싸서 등에 지거나 머리에 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였는데, 본업 외에 세상 소식을 알려 주기도 하였습니다. 즉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보고 들은 민주의 모습들을 이곳저곳에 전파하던 이야기꾼으로서 민중의 입장을 대변하는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3. 가난한 사랑 노래 - 가난하고 소외된 삶에 대한 공감과 연민
이 시의 부제는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이다. 시인은 이러한 부제를 통해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가난한 젊은이를 작품 속에 담아 독자들이 현실성을 느낄 수 있도록 의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한 가난한 젊은이의 슬픈 현실을 통해 사회구조의 모순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효과를 더합니다.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움과 사랑 등 인간적인 진실한 감정을 모두 가진 사람이지만, 가난하기 때문에 모든 인간적인 것들을 버려야 했던 1970~1980년대 우리나라 도시 노동자들의 가슴 아픈 현실을 자조 어린 어조로 노래한 작품입니다. 화자는 가난한 젊은이로, 그리운 고향집에 어머니를 두고 도시에 와 가난 속에서 두려움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는 사랑과 외로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가난한 현실은 그러한 감정을 간직할 여유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난하더라고 인간적 진실성과 아름다움은 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향을 떠나와 가족과 헤어져 도시 노동자로 살며 새벽까지 일하지만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었던 1970년대 우리 사회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시인은 이를 통해 고된 삶의 현실에 처해 있는 젊은이들의 삶을 위로하고, 그들의 울분을 대신 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상의 세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신경림 시인은 농촌과 도시를 배경으로 우리 서민의 삶을 애환을 시에 담고, 그들의 삶을 위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