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종 시인은 쇠락해 가는 농촌의 상황에 대해 관심이 많은 시인입니다. 또한 흙, 생명, 밥, 노동 등에서 생명감을 사유를 합니다. 생명 앞에서 그것에 환호하고 전율을 느끼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생명이 성장하는 것을 도와주고 그 생명을 보살피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고재종 시인은 단순히 농촌과 자연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생명의 성장과 희망을 노래합니다. 이 글에서는 고재종의 시 '세한도'와 시와 회화의 만남, 시 '첫사랑'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세한도 - 농촌 현실과 극복 희망
시 '세한도'는 농촌에서 농업에 종사하면서 농촌의 끈질긴 생명력에 대해 노래한 고재종 시인의 작품입니다. 이 시에는 쇠락해 가는 마을 회관을 바라보는 화자의 정서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 그림 세한도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쇠락해 가는 상처투성이의 농촌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까막까치가 얼어 죽을 것 같은 극한의 농촌의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청솔의 푸르름과 꼭두서니빛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화자에게는 농촌의 현실이 '세한'의 현실이고, '청솔'이 그 속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의지인 것입니다.
고재종 시인은 쇠락해 가는 농촌의 상황에 대해 관심이 많은 시인입니다. 본인이 직접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농촌시를 쓰는 대표적 시인으로 일컬어져 왔으며 인간에 의해 훼손당하지 않는 자연에 대한 깊은 사랑을 표현해 왔습니다. '세한도'에서 형상화하고 있는 농촌도 한때는 앰프를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마을회관이 지금은 쇠락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시의 '궁벽'은 화자가 바라보는 농촌의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시어입니다. 생산도 끊기고 사람들이 떠나버린 날로 쇠락해 가는 농촌의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춥고 궁벽한 상태인 것입니다. '마을 회관'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던 곳으로, 지금은 쇠락해진 농촌 현실을 상징합니다. '청솔'은 마을 회관 옆의 푸른 소나무로, 쇠락해 가는 농촌에서 푸른 빛을 잃지 않는 존재입니다. '앰프 방송'은 이장이 마을에 소식을 알릴 때 사용하던 물건으로, 과거 농촌이 번성했던 시절을 나타냅니다. '푸른 숨결'은 청솔에 불어넣은 극복 의지이고, '까막까치 얼어 죽은'은 극한의 상황입니다. '꼭두서니빛'은 희망의 빛, 극복 의지를 상징합니다.
2. 시와 회화와의 만남
제목의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서 귀양살이할 때, 북경에 사신으로 갔다 오며 자신을 잊지 않고 귀한 책들을 구해 준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 준 그림입니다. 세한에 그 푸른빛이 더욱 선명한 소나무와 잣나무처럼 의리와 절개를 지키는 이상적의 마음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낸 것입니다. 이 그림은 토담집을 중심으로 왼쪽에 잣나무 두 그루, 오른쪽에 잣나무 한 그루와 소나무 한 그루를 그려 추운 겨울이 되어야만 비로소 알 수 있는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김정희 그림 '세한도'에 나타난 푸른빛에 마을 회관을 지티는 청솔의 모습을 연결시킵니다. 이를 통해 어려운 시절 더욱 그 빛을 드러내는 이상적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그의 마음처럼 극한의 어려움에 처한 농촌 현실을 지켜 내고자 하는 의지를 더욱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3. 첫사랑 - 자연에서 의미 발견
시 '첫사랑'은 한겨울 나뭇가지에 눈꽃이 피고, 그 나뭇가지에 봄이 되면 다시 꽃이 피는 자연 현상에서 사랑의 의미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1연에서 눈은 눈꽃을 피우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습니다. 2연에서는 눈이 눈꽃을 피우기 위해 나뭇가지를 두르려 보기도 하고 주위를 맴돌며 미끄러지는 시련의 과정이 나타납니다. 3연에서는 매서운 바람 한 번이면 가지에서 떨어져 끝날 사랑이만, 그 사랑을 위하여 자신의 마음을 다 퍼 준 후 마침내 눈꽃이라는 결실을 맺는 모습을 '황홀'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4연에서는 나뭇가지에 대한 눈의 사랑은 봄이 오면 끝나게 됩니다. 그러나 나뭇가지는 그 마음을 기억하고 눈꽃을 맺었던 그 자리에서 꽃을 피워 냅니다. 눈의 헌신적 사랑을 통해 나뭇가지는 좀 더 성숙한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됩니다. 이 시는 사랑의 아름다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인내와 헌신이 필요함을 눈과 나뭇가지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부여 주고 있습니다.
제목을 고려할 때 이 시는 '눈꽃'의 모습을 통해 '첫사랑'을 표현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첫사랑'은 사랑에 서툴기 때문에 이루기가 쉽지 않지만, 마침내 그 사랑을 이루었을 때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더 큰 황홀감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랑은 언젠가 끝나겠지만, 이별의 경험을 통해 나뭇가지가 꽃을 피우듯 사람도 더 성숙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상에서 고재종 시인의 두 편의 시와 시 '세한도'와 김정희 화백의 그림 '세한도'의 만남이 어떻게 융화되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고재종 시인은 농촌과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그 속에서 사유를 확장시켜 독자에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