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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의 정한(情恨): 가는 길, 먼 후일, 산유화

by sunnymoney1 2025.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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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관련 사진

김소월(1897–1934)은 한국 근대 시문학의 대표적인 시인 중 한 명으로, 그의 시에는 이별과 그리움에서 비롯된 슬픔, 눈물, 정한을 주제로 하여 민족적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개인의 내면적 갈등과 감정을 깊이 있게 노래한 시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김소월의 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감정이 바로 정한(情恨)입니다. "정한"은 사랑이나 관계에서 오는 애틋한 감정과 그리움, 그리고 그로 인한 아쉬움과 원망이 얽힌 복합적 감정 상태를 말합니다. 본 글에서는 김소월의 시 '가는 길', '먼 후일', '산유화' 속에서 이 정한의 감정을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가는 길

"가는 길"은 김소월 시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사랑하는 임을 두고 떠나야 하는 화자의 안타까운 심정을 전통적 율격과 간결한 구성을 통해 애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1연과 2연에서는 이별을 망설이는 화자의 안타까운 내면적 갈등이 드러나 있습니다. 그리울 것이라는 말을 꺼낼까 말까 망설이는 화자의 모습에서 애절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냥 갈까 하다가도 임을 떠나는 것이 아쉬워 임을 한 번 더 만나서 사랑한다는 말을 할까 말까 하는 화자의 모습에 임을 떠나는 아쉬움과 미련을 엿볼 수 있습니다. 3연과 4연에서는 떠나야 하는 화자의 시간적 제약을 '서산에 지는 해'로, 가야 할 거리가 멀다는 것을 '흘러도 연달아 흐르는 강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적 상황의 애상적인 분위기는 이별에 대한 화자의 심정과 이별을 재촉하는 상황의 대립적 배치, 선경 후정의 구성법, 3음보의 율격을 바탕으로 한 정통적 민요조 운율감과 어우러져 이별의 정한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3음보 율격으로 짜여 있지만 시행의 배열을 통해 운율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1연과 2연에서는 한 음보를 각각 한 행으로 배열하고 있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행과 행 사이의 휴지가 한 음보마다 생기게 되고 시상 전개와 낭독의 속도가 완만해집니다. 이런 느린 호흡은 화자가 아쉬움에 망설이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게 됩니다.

2. 먼 후일

"먼 후일"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계속해서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표현한 시입니다. 표면상으로는 먼 훗날 당신과 만나는 때에 '잊었노라'라고 말하겠다고 서술하고 있지만, 심층적으로는 '잊을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각연에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잊었노라'를 통해 반어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당신'은 화자의 의식 속에 있을 뿐이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당신의 모습을 기억하고 떠올린 상태에 불과한 것입니다. 즉, 당신은 기억 속의 당신이며, 이별하기 전까지의 당신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자는 과거의 당신과 대화를  하는 셈이 됩니다. 따라서 날 찾아오는 미래의 당신은 과거에 있었던 당신이 현재 화자를 찾아도, 화자가 당신을 잊었다고 말하는 상황입니다. 즉 화자가 과거에 놓여 있는 기억 속 당신의 모습을 바탕으로 상상한 시간일 뿐입니다.

이 시에 나타난 반어와 역설은 '잊었노라'라는 표현에서 나타납니다. 이 표현은 실제 자신의 마음과 반대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표현 의도에 집중하면 반어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시 전체의 구조를 살펴볼 때에는 내용에 명백한 모순이 나타나서 '어제도 오늘도 아니 잊고'라는 표현을 통해 절대 임을 잊지 않겠다고 하면서 미래인 먼 훗날에는 과거 시제로 '잊었노라'라고 말하는 점을 고려하면 역설의 표현 방법도 사용되었다고 불 수 있습니다. 

3. 산유화

"산유화"는 1920년대에 많이 창작된 민요조 서정시의 대표작으로 꽃이 피고 지는 평범한 자연 현상을 통해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는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의 본질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시의 제목이자 중심 소재인 '산에 피는 꽃'은 산에 저만치 홀로 피어 있는 존재,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순환하는 존재로 형상화되어 있습니다. '작은 새'가 그 꽃을 좋아하여 울고 있다는 점에서 화자가 동경하는 대상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시에서 운율을 형성하는 요소로는 4개의 연이 모두 종결어미 '-네'로 끝난다는 것, 3음보가 각 연에 두 번 나타나며, 3 음보를 한 행 두 행 세 행 등으로 다양하게 배열하고 있다는 것, 첫 연과 마지막 연이 같은 구조로 되어 있으며, 2연과 3연은 시행의 길이(음보의 배열)가 대칭을 이루고 있다는 것 등이 있습니다. 

1연과 4연은 '피네, 지네'의 차이만 있을 뿐 시어 및 배열이 동일하고, 2연과 3연은 형태상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각 연에 3음보가 두 번씩 나타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음보의 배열에 변화를 주어 형식의 고정성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반복과 대칭의 구조는 작품 전반에 안정감을 주며, 자연의 순환이라는 내용과 유기적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대체로 이 시의 꽃은 외로운 존재로 해석됩니다. 이렇게 볼 때 '작은 새'는 그 꽃이 좋아서 산에 산다고 했으므로 '작은 새' 역시 외로운 존재입니다. '작은 새'는 화자의 감정이 이입된 시어이므로 화자가 외로움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김소월 시에서의 정한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이별과 그리움에서 오는 감정을 드러내는 시어입니다. 정한의 감정은 그 자체로 애정과 원망, 아쉬움과 그리움이 얽힌 상태를 뜻하며, 김소월 시인은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변하고, 그 변화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복잡성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시합니다. 그의 시 속에서 정한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마음의 흔적을 그리며, 이별을 겪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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