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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 '접동새' 속 설화, 화자의 전환, 율격 분석

by sunnymoney1 202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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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접동새와 관련된 이미지

김소월의 시 접동새는 설화 속 인물의 한을 넘어, 오늘날 우리의 정서까지 아우르는 작품이다. 이 글에서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접동새 설화부터, 화자의 변화, 구조적 특징, 주제 의식 등을 중심으로 시의 깊이를 분석하고자 한다.

접동새 설화의 활용

접동새는 단순한 전설이나 전래 이야기를 반복한 것이 아니라, 그 설화를 기반으로 현재적 감정과 민족적 정서를 포착하고자 한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접동새 설화는 평안북도 박천 지역의 전설로, 의붓어머니의 질투로 죽임을 당한 누이가 접동새로 환생하여 밤마다 동생들을 찾아와 울었다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이 설화는 김소월이 어린 시절 숙모에게 들은 것으로, 그가 이 작품을 통해 되살린 것은 단지 슬픈 전설이 아니라, 민족과 개인이 공유하는 '정한(情恨)'의 정서이다. 작품의 1연은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이라는 의성어로 시작된다. 이 울음소리는 단지 소리의 반복이 아니라, 산을 옮겨다니며 우는 접동새의 형상 그 자체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김소월은 접동새 울음의 행간을 나누어 감정의 간격과 울음의 간격을 동시에 표현한다. 이러한 형식은 민요의 전형적인 AABA 구조를 따르며, 민속적 리듬감과 정서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2연과 3연에서는 본격적으로 설화의 내용을 소개하는데, 2연에서는 누나가 웁니다라는 현재 시제를 통해 묘사된다. 이로 인해 화자가 설화 속의 동생들 중 하나라고 생각되기 쉬우나, 3연부터는 시공간적 거리감이 형성되면서 화자가 현재의 인물로 전환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특히 옛날, 우리나라 / 먼 뒤쪽의라는 표현은 역사적 배경을 시사함과 동시에, 지금의 나가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화자의 전환

작품의 중반부부터는 화자가 설화 속 인물에서 점차 현재의 화자로 변모한다. 4연의 누나라고 불러 보랴 / 오오 불설워는 감정의 고조를 보여주며, 불설워라는 평안북도 방언은 슬픔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향토적 정서를 강화한다. 이 표현은 단순한 비애가 아닌, 동병상련의 정서를 담고 있다. 화자는 이제 설화 속 동생들과 동일시되고 있다. 설화 속 우리 누나가 곧 현재의 우리 누나가 되면서, 단순히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개인적 또는 민족적 정서와 직접 연결되고 있다. 이는 설화가 단지 이야기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속에서도 여전히 울리고 있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전한다. 이런 의미에서 화자의 변화는 단지 인물의 전환이 아닌, 정서적 계승과 동화의 과정이다. 김소월은 이를 통해 현재 우리의 한(恨)이라는 보다 보편적이고 깊은 주제를 도출해낸다. 설화 속 비극을 통한 정한이, 오늘날 우리 삶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감정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김소월의 접동새는 설화를 단지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오늘날 우리의 감정과 연결시키는 창조적 작업이다. 설화 속 누이의 죽음과 동생들의 울음은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며, 오늘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임을 시인은 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접동새는 한 사람의 비극이 아니라, 민족적 정서와 감정의 깊이를 담은 작품으로 자리 잡는다.

반복, 음보, 민요조의 율격

접동새는 3음보를 기본으로 한 민요조 율격을 바탕으로 한다. 1연에서는 3행으로 시작되지만, 연이 진행될수록 행의 수가 늘어나며 리듬과 감정이 점차 고조된다. 이러한 구조는 감정의 점층적 표현을 가능케 하며, 이육사의 광야와 같이 시간과 공간의 확대를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시 전체에 걸쳐 접동, 웁니다, 누나, 오랍동생 등 방언과 민속적 표현들이 다수 등장하여 향토적인 정서를 강화한다. 이러한 언어적 선택은 단순히 지역색을 부각하는 것을 넘어, 설화의 민속성을 현대적 정서로 치환해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김소월은 이처럼 과거와 현재, 설화와 개인을 자연스럽게 엮어내는 방식으로 정한이라는 감정의 지속성과 보편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마지막 연의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는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정한의 종결 구절로, 접동새의 울음은 곧 누이의 울음이며, 화자의 울음이고, 나아가 독자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감정으로 확장된다. 이는 단순한 수미상응이 아니라, 감정의 순환을 암시하는 구조이며, 시 전체의 정서를 마무리 짓는 동시에 또 다른 울음을 예고하는 여운을 남긴다. 접동새는 결국 설화 속 인물과 현재의 화자를 동일시하는 과정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시간적 간극을 지우고 한(恨)이라는 감정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시다. 민요적 형식과 향토적 언어, 점층적 구성 등 김소월 특유의 서정적 기법이 잘 어우러진 이 시는, 현대 독자에게도 여전히 울림을 주는 걸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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