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삼(1921~1984) 시인은 한국 현대시의 대표적인 시인 중 한 명으로 1951년에 <돌각담>을 발표한 후 시작활동을 활발히 하였습니다. 그의 시는 함축적인 시어를 통해 깊은 울림을 전달하는 시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김종삼 시인의 시 세계, 그의 시 2편(묵화,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김종삼 시인의 시 작법
김종삼 시인의 시 작법은 단순하고 간결한 시어를 사용하면서도 깊은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김종삼 시인은 화려한 수사보다는 간결한 언어로 시적 깊이를 만들어내는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의 시는 박목월, 김춘수 시인 등과 비교되기도 하지만, 그들처럼 서정적이거나 관념적이지 않고 현실과 감정을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하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닙니다. 절제된 언어로 함축미와 여백의 미를 느끼게 하고, 쉼표로 마무리하여 여운을 주고, 피동표현 사용 등의 시 작법을 통해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김종삼 시인의 중요한 시 작법 중 하나로 생략 기법을 들 수 있습니다. 말을 끊어진 채 끝맺는 불완전한 구문 처리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의 막막함을 반영하고, 여러 슬픈 정조를 화자의 내면의 정서로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관찰하며 삶의 의미를 모색했습니다. 서민들의 성실하고 건강한 삶을 긍정하고, 그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쓸쓸한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작가의 시에는 어린 아이나 노인 등의 약자를 소재로 하여 그들의 삶을 애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시들은 고되고 힘든 현실에 대응하는 자세로 휴머니즘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묵화 - 인생의 고단함과 쓸쓸함
이 시는 소의 목덜미와 할머니의 손을 그린 1~2행과,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소에게 건네는 할머니의 마음속 말을 제시한 3~6행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화자는 힘든 농사일을 하고 돌아와 소의 목덜미에 손이 얹히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화자는 할머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함께 지냈다고. 즉 연민과 위로의 말을 읽어 내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소에게 강한 유대감을 느끼며 소를 쓰다듬고 있습니다. 이것은 적막한 할머니의 고달픈 삶의 애환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에 건네는 연민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이 시가 가지고 있는 '여백의 미'입니다.
이 시는 구체적인 배경 묘사나 상황 맥락 없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화자가 관찰한 대상(할머니와 소)의 모습만 한 폭의 그림처럼 간략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시의 여백의 특징을 형식과 내용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형식적 여백은 전체 행이 6행에 불과하며 한 행의 길이가 10자를 넘어가지 않을 만큼 시어를 절제하여 사용하였다는 점입니다. 내용적 여백은 배경에 대한 묘사가 없으며, '이 하루'의 구체적인 서사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 시의 제목으로 쓰인 묵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동양적인 아름다움과 유사한 여백의 미와 정감의 깊이를 느끼게 하였습니다.
3.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시와 시인의 본질
이 작품은 누군가로부터 '시가 뭐냐'라는 질문을 받은 화자가 처음에는 모른다고 대답했다가 나중에 그 물음의 답을 제시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화자와 시인이 동일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시를 쓴 시인이 화자를 내세워 대답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화자는 '시가 뭐냐'는 질문을 마음에 품고 하루 종일 거리를 배회하다 저녁 무렵 남대문 시장에서 깨달음에 이릅니다. 화자는 거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엄청난 고생을 하여도 인정있고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고귀한 인류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깨닫게 됩니다. 세속적인 관점으로 보면, 그들은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서민에 불과하지만, 외적인 고통에 굴하지 않고 내면의 아름다움과 인간다운 가치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처럼 시인은 단순하고 쉬운 진술을 통해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사유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도치법, 반복법, 상징법 등이 사용되었습니다. 문장의 어순을 바꾸는 도치법은 질문의 의미를 강조하게 되고, 반복적인 표현을 통해서는 화자가 깨닫게 된 의미를 강조하고 운율감을 형성하게 됩니다. 또한 '알파, 고귀한 일류'등의 상징법은 이들이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게 됩니다.
화자는 이렇듯 무언가를 초월하거나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보통 사람들이 세상에서 중요한 존재들이라는 깨달음을 일상적인 삶의 공간을 바탕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