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에는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노래한 시들이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정희성 시인의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기쁨에게', 안도현 시인의 '모닥불' 3편의 시를 통해 이러한 따뜻한 시선이 어떻게 담겨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이 시는 1970년대 도시화, 산업화로 인해 소외된 도시 노동자의 삶을 차분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는 경제 개발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던 시기로, 급격한 산업화로 농촌 인구의 도시 집중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농촌 사회가 붕괴됨과 동시에 사람들이 도시에 몰려들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저임금 노동자로 전략하게 됩니다. 중년의 노동자인 화자가 하루 일을 끝내고 흐르는 강물에 삽을 씻으며 인생의 의미를 성찰하는 내용입니다. 강물의 이미지가 화자의 현실 인식과 연결되어 전개되고 있습니다. '강'은 도회지를 흐르고 있으며, 시간적 배경은 해 질 녘입니다. 이때 흐르는 강은 맑은 강물이 아니라 썩은 강물입니다. 이러한 강물이 흐르듯이 소외된 노동자의 삶도 애환을 안고 흘러갑니다. 화자는 하루의 노동이 끝난 뒤 삽을 씻으며 삶의 슬픔 또한 삽을 씻듯 삶의 고뇌는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생활고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쉽사리 해결될 것이 아니기에 노동자의 비애감은 강물처럼 무겁게 드리우는 것입니다.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그립니다. ‘삽’은 노동의 상징이며, ‘강물’은 세상의 흐름을 나타냅니다. 시인은 작은 강물에도 ‘삶의 무게’를 씻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단순한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정신적 위안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이 시는 ‘슬픔’과 ‘기쁨’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청자로 설정되어 있는 '기쁨'은 소외된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존재로 추위에 떨고 있는 할머니의 귤값을 깎으며 기뻐하고, 어둠 속에서 애타게 부르는 소리를 외면하며, 얼어 죽은 사람을 위해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는 이기적인 존재입니다. 이러한 '기쁨'에게 화자는 '슬픔'과 '기다림'을 주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시에서 '슬픔'은 '사랑'보다 소중한 존재입니다. 왜냐하면 '사랑'과 '기쁨'은 소외된 사람들에게 단 한 번도 평등한 웃음을 준 적이 없지만, '슬픔'은 추워 떨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이해해 줍니다. 즉 자신만 소중히 여기는 '사랑'보다 타인의 고난과 시련에 관신을 갖는 '슬픔'이 오히려 더 큰 힘을 갖고 있습니다. 화자는 이러한 '슬픔'을 '너'에게 주고 싶은 것입니다. '슬픔'과 '기쁨'의 대립적인 이미지를 통해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이기적인 우리의 삶의 단면을 보여 줌으로써 이러한 삶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 시의 상대방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고, '-겠다'의 반복을 통해 운율감을 형성하고 화자의 의지적인 자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슬픔'의 이미지를 역설적으로 표현하여 강조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자신만의 안일을 위해 남의 아픔에는 무관심하거나 그들의 아픔에 공감할 줄 모르는 이기적인 세태를 비판하고 모두 더불어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삶의 태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3. 안도현, ‘모닥불’
이 시는 모닥불을 보며 고단하게 살아가는 민중의 삶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모닥불은 자신을 태우면서 어둠을 밝히는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인은 이런 생각을 통해 세상의 소외된 이웃을 따스하게 감싸 안고, 어두운 현실을 극복하는 삶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시의 구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10행에서는 고단한 서민의 삶 속에서 모닥불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간은 소외된 민중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어두운 곳입니다. 이러한 공간에 모닥불에 환한 불빛을 밝힘으로써 소외된 민중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11~19행에서는 모닥불을 통해 시련을 극복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상황은 민중들에게 어려운 상황입니다. 20~27행에서는 모닥불을 통해 고통을 인내하고 시련을 이겨 내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밝은 미래에 대한 염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의 '향나무'를 통해 이러한 노력이 매우 경건한 것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화자는 모닥불을 한 그루의 향나무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소외된 사람들을 위로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정신을 떠올리게 한 모닥불에서 향나무로 비유될 수 있는 경건함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시구를 반복하여 이러한 시적 의미를 상조하고 있고, 도치법을 활용하여 주제의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