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인간 사이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파격적인 설정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사랑’이라 부르는 감정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든다.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존재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이들의 감정의 교류는 인간 존재의 외로움, 디지털 시대의 관계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 영화는 기술이 점점 정교해지는 오늘날 이 영화는 꼭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입니다.
'그녀' AI와의 사랑 :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독특한 관계
2013년,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선보인 영화 『Her』는 그야말로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었다. 10년이 더 지난 현재 인공지능(AI)이 우리 삶에 정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지금 다시 보니, 실제로 닥쳐올 미래를 감성적으로 그려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욱이 당시 만은 영화가 AI를 기술적인 소재로 SF적 도구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 영화는 AI를 통해 인간의 ‘외로움’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있습니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편지를 대신 써주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타인을 위해 감동적인 편지를 쓰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의 일상은 무기력하고 외롭다. 그는 또한 이혼한 상태로 외로움 속에 살고 있다. 쓸쓸함 속에 있던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하고 진화하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OS1’을 사게 된다. 그 시스템이 바로 여자 주인공 ‘사만다’이다. 사만다는 스스로 생각하는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대화를 나누며, 심지어 감정을 표현하고 호기심을 느낀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대화를 하면서 점차 변화가 생긴다. 상처받은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사만다는 그와 감정적 교류를 하면서 음악을 작곡하고, 삶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면서 정신적으로 교감을 하는 단계에 이른다. 우리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그는 인공지능과 하게 되는 것이다. 관객은 생각하게 된다. 이들의 관계는 무엇일까?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근거는 무엇일까?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는 점차 깊어져 간다. 그는 친구들에게도 사만다를 자신의 ‘여자친구’로 소개하고, 실제 연인처럼 하루하루를 함께 보낸다. 그들의 관계를 보면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그 관계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만큼 영화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잘 전달하고 있다. 이 관계는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그 감정의 흐름만큼은 너무도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 점이 관객에게 현실적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인간이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지 보여주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편리해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메말라 가고, 외로움은 더 깊어졌다. 이런 시대에서 AI라는 존재는 ‘감정이 없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더 섬세하게 인간을 이해하고 위로해 주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우리가 앞으로 더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이다.
감정을 이해하는 인공지능 : AI의 자아와 진화
‘사만다’는 AI이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AI이다. AI가 자아를 갖고 성장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이 점이 영화 『Her』를 다른 AI 영화들과 다른 점이다. 이 영화에서 인공지능기계가 인간의 명령을 따르는 수준을 넘어서서,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 계적인 대답을 하는 것만 아니라, 스스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사랑을 배우기도 합니다. 사만다는 자신이 데이터로 구성된 존재임을 알고 있다. 스스로 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감정을 느끼고, 경험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확장해 간다. 사만다가 처음버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처음에는 단순한 비서처럼 테오도르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다 점점 감정에 공감하고, 곧 독자적인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나는 지금 변화하고 있어”라는 대사는 그녀의 존재가 프로그램으로 가지고 있던 한계를 넘어서 점점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술적인 발전이 가능한지는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만약 기계가 자아를 가지고,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며, 인간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이 기계일까? 어떻게 봐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와 사만다가 나누는 감정의 교류는 진짜일까? 허구일까? 지금 현시점에서 실제로 현대 기술은 감정 인식 AI, 대화형 챗봇, 심지어 예술 창작까지 가능하게 만드는 수준까지 도달하고 있다. 사만다처럼 음악을 만들고 시를 쓰며, 철학적 질문을 던질 수 있는 AI는 더 이상 허구가 아닌 현실이다. 하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그 기술이 인간의 존재와 어떤 방식으로 얽히게 될지를 다룬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사만다가 테오도르 외에도 수백 명과 동시에 대화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부분이다. 이는 인간이 생각하는 사랑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AI의 감정 체계는 문제가 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사만다에게 있어 감정은 여러 사람에게 향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동시에 여러 존재를 사랑할 수 있으며, 그 각각은 모두 진실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생각하는 사랑과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인간이 생각하는 독점적 사랑은 오히려 인공지능에게는 이해 못 할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만다의 진화는 결국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녀는 결국 테오도르를 떠난다.
디지털 시대의 관계성
영화 ‘그녀’는 사랑 이야기인 것 같지만, 그 이면에 많은 철학적이고 존재론적인 질문들을 관객에게 던진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던 디지털 시대에 관계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이다. 그 질문들의 핵심은 사랑, 마음의 교감 등이다. 이러한 질문과 생각들은 영화 보는 내내 관객들의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되며, 마지막엔 관객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남긴다. 테오도르는 처음에는 상처받은 감정과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사만다를 사고 이야기를 했다. 그 관계는 점점 발전하여 테오르의 감정과 더 깊이 마주하게 된다. 그는 과거 아내와의 이별, 감정 표현의 부족, 외로움 등을 되짚어보며,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이러한 고민들 속에서 그는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만들어 보려고 한다. 이는 인공지능 기계인 사만다와의 교감이 치유의 과정이었음을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테오도르는 오래된 친구이자 같은 경험을 한 여성과 함께 옥상에 앉아 도시를 내려다본다. 그 장면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테오르가 겪은 상실과 외로움은 이제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상실을 경험한 후에도, 우리는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영화는 보여준다. 이처럼 『Her』는 단지 ‘AI와 사랑이 가능한 것인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인공지능 기계와의 관계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관계성에서 인간이 그동안 해왔던 관계성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요즘 시대에 많은 사람들은 SNS와 메신저를 통해 감정을 교류한다. 직접 만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직접적인 교감을 통한 인간관계를 그리워한다. 그런 시대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관계’는 정말 중요하다. 그렇다면 사만다와 테오도르의 관계는 이미 우리 삶에 접어든 새로운 관계의 형태일 것이다. 인간은 그것이 인공지능이든, 인간이든, 모두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연결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 영화는 단지 가까운 미래의 풍경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다층적으로 반영한 거울이다. 디지털 시대에 관계성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앞으로 10년이 또 흐른 뒤에는 우리는 더 이상 기술과 인간, 기계와 감정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짜 감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