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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리뷰 : 제제, 포루투가와의 만남, 작은 존재가 전한 큰 울림

by sunnymoney1 2025.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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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와 관련된 이미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브라질 작가 조제 마우로 지 바스콘셀로스가 쓴 자전적 소설입니다. 어린 제제가 세상을 향해 여러 힘든 과정을 겪으며 걸아가는 성장의 여정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인간의 상처를 바라보고, 진짜 사랑 이야기를 천천히 들려줍니다. 제제는 장난꾸러기지만 누구보다 예민하고 감성적인 아이입니다. 어른들의 무심함 속에서도 자라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그에게 위로가 되어 준 것은 말이 통하는 나무와 마음을 나눈 어른 한 명뿐이었습니다. 정말 고마운 그 존재들 덕분에 제제는 삶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비로소 '사랑'이란 감정을 배우게 됩니다. 

제제라는 아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제제는 다섯 살입니다. 그 나이는 웃고 떠드는 천진난만한 시기를 의미할지도 모르지만, 제제는 그런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복잡한 감정을 지닌 아이입니다. 그는 말썽꾸러기로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세상을 아주 깊게 바라볼 줄 아는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것들과 행동하는 것들은 말썽꾸러기 아이가 아닙니다. 아이 같지 않은 진중한 의미를 담고 있는 말들이 있습니다. 제제는 가난한 가정에서 성장합니다. 가정 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어른들은 늘 바쁘고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만 생각합니다.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심 가질 여유가 없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제제는 종종 말썽꾸러기라고 혼나고, 오해받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제제가 혼나고 오해받을 때마다 가는 위안처는 바로 정원에 있는 ‘라임 오렌지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제제에게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입니다. 그는 나무에게 말을 걸고, 고민을 털어놓고, 사랑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나무는 제제에게 대답해 줍니다. 물론 그것은 현실의 대화가 아닌 상상의 세계이지만, 그 속에서 제제는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세상을 이해해 갑니다. 이는 상상력이라는 방식을 통해 현실을 견뎌내는 아이의 슬픈 생존 방식이기도 합니다. 제제는 가끔은 너무 어른스럽게 행동하기도 하고, 또 어떤 순간엔 세상 누구보다 순수하고 단순한 감정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그는 형제자매들을 도우려고 애쓰고, 어린 동생을 안쓰러워하며 돌보기도 합니다. 반면에 자신이 혼나면 억울해서 눈물을 흘리고, 좋아하는 어른이 멀어지면 상실감을 크게 느낍니다. 그 모습은 우리에게 '성장'이라는 것이 어느 나이에든 찾아오는 것임을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제제가 어른들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좌절감과 어려움이 너무나 아프게 다가옵니다. 제제는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제제는 그 사랑의 마음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점점 더 장난을 치며 주목을 끌게 되는 것이죠. 그럴수록 어른들은 그를 더 말썽꾸러기로 혼을 냅니다. 이 아이의 내면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의 모든 행동이 ‘나를 좀 봐주세요’라는 신호였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포르투가를 만난 제제의 변화

제제가 살아가는 세상은 작고 조용하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생각과 일들이 일어납니다. 특히 외롭고 혼나기만 하는 제제의 삶을 변화시키는 사람이 ‘포르투가’입니다. 포르투가는 마을에서 차를 몰고 다니는 어른으로, 처음엔 제제에게도 무뚝뚝하고 까칠하게 대했습니다. 그러나 점차 제제의 속마음을 알게 되며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처음 제제는 포르투가를 멀리하고 심지어 장난을 치며 괴롭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포르투가의 따뜻한 말투와 다정한 태도에 마음이 조금씩 열리게 됩니다. 포르투가는 다른 어른들처럼 제제를 혼내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습니다. 대신, 제제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그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며, ‘너는 그럴 수 있어’라는 믿음을 전해 줍니다. 정말 제제에게 꼭 필요한 어른입니다. 이런 경험은 제제에게 처음이었고, 그래서 제제는 그를 더 특별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포르투가는 제제에게 삶의 아픔을 덜어 주진 못하지만, 그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이 작은 변화는 제제에게 커다란 힘이 됩니다. 포르투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제제에게 있어 가장 빛나는 순간이며, 그는 이 어른과의 관계를 통해 처음으로 ‘진짜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제제의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포르투가의 갑작스러운 부재는 제제에게 너무나 큰 상실감과 아픔을 남깁니다. 그는 포르투가가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랫동안 깊은 슬픔에 빠집니다. 제제가 상실감에 빠져 있는 모습은 그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러한 감정의 흐름 속에서 제제는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개념과 마주하고, 그 슬픔을 감당해 나갑니다. 그는 이전보다 조금 더 조용해지고, 조금 더 어른스러워집니다. 그는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슬픔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과정이며, 동시에 상실이 남긴 자리에 ‘사랑의 흔적’이 남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포르투가는 제제의 삶 속에서 잠시 머물다 간 인물이지만, 그가 남긴 자취는 제제의 영혼 깊은 곳에 오래 남습니다. 그리고 제제는 포르투가와의 추억을 마음에 품은 채, 다시 세상을 살아가기로 결심합니다. 제제는 이제 더이상 외롭지만은 않습니다. 포르투가와의 만남이 앞으로의 삶을 견뎌낼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된 것입니다.

작은 존재가 전한 큰 울림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아동 문학으로만 분류되기엔 너무도 섬세하고 깊은 메시지를 품고 있는 작품입니다. 제제라는 말썽구러기 처럼 보이는 인물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아이입니다. 조금 시끄럽고, 자꾸 장난을 치며, 어른들의 말을 곧잘 거스르는 아이. 어른들은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 볼 생각은 하지 않고 아이를 혼내기만 하죠. 하지만 그 아이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여리고 따뜻하며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는 제제라는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 감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그 아이의 마음을 반드시 되새겨야 합니다. 아이들은 늘 어른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어른들이 그들에게 보여주는 방식대로 사랑을 배우게 됩니다. 제제는 말이 통하는 나무와 진심을 나눈 어른 덕분에 좌절하지 않고 세상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는 곧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되어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면서도 묘하게 시려옵니다. 아마도 제제처럼 사랑을 기다렸던 기억, 혹은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싶었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순간들이 떠오르기 때문일 겁니다. 그 기억들은 때로는 잊고 지냈지만, 다시 꺼내 보면 우리를 조금은 성장시켜 줬을 겁니다. 이 영화의 원작가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모델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야기 하나하나가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지고 제제의 마음이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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