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는 사랑과 예술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성장하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영화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있었고, 라이언 고슬링, 엠마 스톤 등의 배우들이 열연했다. 저스틴 허위츠의 감미로운 음악은 뮤지컬 영화를 더욱 독보이게 한다. 그리고 클래식한 미장센이 어우러져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감성을 자극한다. 이 글에서는 영화 <라라랜드>의 장르적 특징, 주인공들의 성장 이야기, 고전의 오마주 등에 대한 내용을 리뷰한다.
음악과 영상미가 어우러진 뮤지컬 영화
뮤지컬 장르의 영화는 자칫 진부해지기 쉽다. 그러나 <라라랜드>는 뮤지컬 영화의 진부한 형식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첫 장면부터 이 영화는 새로운 시도와 면모를 보여준다. 로스앤젤레스 고속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오프닝 댄스씬은 단 하나의 컷으로 5분 이상을 이어가며 관객을 화면 안으로 몰입시킨다. 첫 장면부터 보게 되는 댄스씬은 뮤지컬 영화의 최대 장점을 이용해 관객과 만나는 것이다. 차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일상은 갑자기 변한다. 하나의 꿈과 같이 느껴지게 된다. 이 영화가 전개되면서 펼쳐낼 환상과 현실의 조화롭게 이야기하면서도 어긋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영화는 음악이 매우 중요하다. 영화의 음악 감독은 저스틴 허위츠가 맡았다. 음악을 통해 영화의 감정선을 보여주고, 춤과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매우 환상적이다. ‘City of Stars’, ‘Audition’의 피아노 음악 등은 주요 넘버는 단순히 듣기 좋은 음악을 넘어, 캐릭터의 내면을 서정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특히 미아가 오디션장에서 부르는 ‘Audition’ 장면은 인생의 고통과 꿈을 담은 독백처럼 다가와 감동적이다. 영상미 또한 눈에 띈다. 촬영감독 리누스 산드그렌은 영화 전반에 걸쳐 선명한 색채 대비와 부드러운 이동 쇼트를 활용하여 영상미를 매우 뛰어나게 그렸다. 미아가 살던 아파트의 파스텔톤 인테리어, 세바스찬과의 춤 장면에서 보랏빛 하늘, 천문대 데이트 장면의 몽환적인 미장센 등은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시각적 요소는 영화의 감정선과 음악을 더욱 깊이 있게 엮어준다. 무엇보다 <라라랜드>의 편집은 인상적이다. 프레임의 리듬과 음악이 맞아떨어지며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음악이 전환될 때마다 조명의 색이 변하거나, 화면이 부드럽게 흐르면서 새로운 장면으로 넘어가는 방식은 마치 하나의 유기적인 연주처럼 느껴진다.
미아와 세바스찬의 성장 이야기
라라랜드는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서사적 이야기는 매우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 미아(엠마 스톤)는 배우를 꿈꾸는 여성이고,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재즈 피아니스트다. 이들은 각자의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치고, 음악과 예술에 대한 공감대를 통해 가까워진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에게 애정을 갖는다. 두 사람은 각자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예술적으로 영향을 준다. 그리고 영화는 그들이 어떻게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은 바로 남녀 주인공의 성장이다. 미아는 수많은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결국 자신의 연극을 통해 스스로를 증명하려 한다. 세바스찬 역시 자신의 음악 철학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지만 현실적인 타협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들이 예술을 향한 열정은 화려함보다는 고단함에 더 가깝다. 관객은 두 사람의 일상적인 실패와 갈등, 그리고 서로를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이들이 겪는 감정에 자연스럽게 감정이입하게 된다. 이 영화가 이전의 고전 뮤지컬 영화와 다른 점은 이 영화가 사랑과 성공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느냐는 고전적인 딜레마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둘 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이 각자의 길을 걷는 선택을 하고 이것은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영화의 후반부, 미아가 배우로 성공하고 세바스찬도 자신의 클럽을 연 장면에서, 이들이 다시 만난다. 이 장면에서 ‘환상 속 미래’ 시퀀스는 관객에게 감동을 준다. 이 장면은 서로가 했던 선택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영화는 어떤 선택이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삶은 선택의 연속이며, 모든 선택에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존재한다는 점을 잔잔하게 말한다. 우리는 모두 삶에서 선택의 문제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삶에서 선택을 통한 성장의 의미가 더 깊이 다가올 수 있다. 엠마 스톤은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이는 그녀의 연기가 단순히 연기를 넘어서 인물의 감정을 온전히 체화했음을 의미한다. 라이언 고슬링 역시 섬세하면서도 감성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영화의 중심축을 탄탄히 지탱했다.
고전의 현대적 계승, 고전의 오마주
라라랜드는 수많은 영화적 레퍼런스를 품고 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정서와 연출 방식은 고전 뮤지컬 영화인 <사랑은 비를 타고>, <쉘부르의 우산> 등을 오마주 한다. 특히 마지막 환상 장면은 자크 드미 감독의 영화들과 미장센이 유사하다. 클래식한 조명과 세트 구성에서 고전 영화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영화사적 맥락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다. 또한, 영화가 다루는 주제는 예술가로서의 고뇌, 현실적인 타협,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과 상실 그리고 성장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행복한 결말보다는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우리가 누구와 함께하느냐, 어떤 꿈을 꾸느냐,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느냐는 질문은 단지 영화 속 주인공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라라랜드는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감독상, 음악상, 촬영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을 수상했다. 특히 시상식 마지막 순간 ‘작품상 수상작’ 발표에서 벌어진 해프닝은 영화 외적으로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런 외부적 화제성을 떠나, 이 영화가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이유는 그저 영화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그것은 ‘진짜 삶’의 복잡하고 애매한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라라랜드는 시간의 흐름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탁월하다. 각 계절마다 장면을 구분하며 진행되는 이 영화는 사계절이라는 구조를 통해 인물의 감정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봄의 설렘, 여름의 열정, 가을의 갈등, 겨울의 이별과 회상까지, 이 영화는 계절을 이야기 구조로 치환하는 방식으로 감정의 리듬을 설계했다. 결말에서 미아와 세바스찬은 결국 각자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그들은 실패하지 않았다. 각자 꿈을 이뤘고, 서로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준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