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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터슨 리뷰 : 패터슨이라는 인물, 시와 일상의 조화, 연출과 미장센

by sunnymoney1 2025.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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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터슨 관련 이미지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패터슨은 뉴저지의 작은 도시 패터슨에 살고 있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일주일을 따라간다. 별다를 것 없는 그의 일상은 반복적이지만, 그 안에는 작고 소중한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시를 쓰고, 연인을 사랑하고, 개를 산책시키며 살아가는 그의 삶은 고요한 감성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영화는 폭력이나 죽음, 자극적인 사건 없이도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잊혀지기 쉬운 평범한 순간들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조명한다.

패터슨이라는 인물

패터슨의 주인공은 뉴저지주 패터슨이라는 도시에 사는, 이름도 같은 패터슨이다.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도시를 가로지르는 버스를 운전하고, 중간에 식사를 하며, 저녁에는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밤마다 시를 쓴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루틴의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눈은 세상을 시인의 감성으로 바라본다. 작은 꽃, 우연히 들은 말, 창밖의 풍경도 그의 마음속에서는 고요하게 하나의 시로 응축된다. 패터슨은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지만, 주변 세계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내면에서 그것을 천천히 소화해낸다. 그는 유명해지고 싶어 하지 않으며, 시를 출판하려는 야망도 드러내지 않는다. 단지 공책에 손으로 시를 써내려가고, 그걸 곁에 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가 시를 쓰는 이유는 단지 내면의 언어를 발견하고 기록하기 위해서지, 그것을 세상에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러한 태도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언가를 하려면 반드시 성과나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단지 좋아서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의미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해준다. 영화는 패터슨의 일상을 따라가며, 그가 얼마나 세심하게 세상을 바라보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동료 버스 기사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승객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으며, 점심시간에는 폭포 옆 벤치에 앉아 도시를 바라본다. 겉보기에는 아무 변화도 없는 하루지만, 그 안에는 끊임없는 관찰과 내면의 반응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순간이 그의 시로 이어진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거대한 사건을 겪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작고 평범한 순간을 깊이 느끼고 음미하는 것임을 영화는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다. 패터슨은 현대 영화 속 흔한 남성 주인공들과는 매우 다르다. 그는 감정을 폭발시키지도 않고, 거창한 결정을 내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 확고한 정체성과 철학이 있다. 세상의 소음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묘한 위로를 건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무엇이 되기를 강요받지만, 패터슨은 그런 압력 없이 ‘존재하는 것’ 자체의 가치를 보여준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감동이다.

 

시와 일상의 조화

패터슨에서 가장 인상 깊은 요소 중 하나는 주인공이 쓰는 시와 영화의 리듬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영화는 그의 시를 내레이션으로 들려주며 장면을 연결하는데, 그 시들은 단순한 듯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시는 종종 그가 아침에 아내가 남긴 말에서, 혹은 버스 안의 대화 속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리고 그 시는 영화 전반에 은은한 색채처럼 흐르며, 장면 장면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감싸준다. 이 영화에서 시는 단지 글이 아니라, 삶을 해석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관객은 시를 통해 패터슨의 시선을 공유하고, 그의 내면에서 어떤 감정이 일고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그가 쓴 성냥에 관한 시는 아내와의 사랑을 독특한 시선으로 표현하며, 일상에서 흔히 지나치는 사물을 어떻게 시적인 감성으로 변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에게 시는 소통이자 사색이며, 동시에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도구다. 시의 형식도 주목할 만하다. 대부분의 시는 복잡하거나 난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일상적인 어휘와 구성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평범한 언어로 특별함을 말하는 시인의 눈이 깃들어 있다. 이것이 바로 영화의 매력이다. 영화 속 시들은 관객에게도 쉽게 다가오면서, 나도 시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용기를 준다. 그것은 패터슨이라는 인물이 시를 잘 쓰기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정제된 언어이기 전에,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인 셈이다. 이 영화의 시적 감성은 편집과 사운드, 그리고 장면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반복되는 일상은 일정한 리듬으로 흘러가고, 조용한 음악과 함께 편안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시의 구조와 닮은 영화의 흐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한 편의 시집을 넘기는 듯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사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그 하루하루를 정성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영화는 잊지 않고 상기시켜준다.

 

조용한 연출과 감각적인 미장센

짐 자무쉬 감독의 연출은 패터슨이라는 작품의 핵심적 미덕이다. 그는 이야기의 흐름보다는 장면의 분위기, 인물의 시선, 공간의 감성을 더 중요시한다. 덕분에 영화는 줄거리가 아닌 ‘느낌’으로 기억된다. 카메라는 조용히 인물을 따라다니며, 특별한 액션 없이도 관객이 그 인물과 함께 거리를 걷고, 커피를 마시고, 노트를 펼치는 감각을 생생하게 느끼게 만든다. 이 영화의 미장센은 극도로 절제되어 있지만 매우 감각적이다. 뉴저지의 작고 낡은 도시, 오래된 버스, 집안의 따뜻한 조명, 벽에 걸린 흑백 사진, 식탁 위의 머그컵 같은 요소들이 하나하나 인물의 성격과 일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특히 패터슨과 그의 아내가 사는 집은 소박하면서도 아늑하며, 두 사람의 성격과 관계를 공간적으로 잘 드러낸다. 그의 아내 로라는 흑백의 인테리어에 집착하지만, 그 안에서 그녀는 무한한 창의성과 열정을 표현한다. 이 두 인물의 대비는 영화 속 일상의 활기를 더해준다. 로라 역을 맡은 골시프테 파라하니는 패터슨과 대조되는 밝고 에너지 넘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녀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언젠가는 컵케이크 가게를 열거나 컨트리 가수가 되기를 꿈꾼다. 그런 그녀와 말수가 적은 패터슨의 조화는 매우 자연스럽다. 그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꿈을 꾸지만, 상대방의 삶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간다. 이 조화는 영화에서 가족이나 연인 간의 이상적인 관계를 조용히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음악 역시 영화의 분위기를 조율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과하지 않은 사운드트랙은 장면에 부드럽게 녹아들며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끌어낸다. 영화 속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장면들조차도 고요하게 지나가며, 일상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다. 이는 관객이 영화 속 세계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연출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패터슨은 시각적으로도 청각적으로도 과하지 않음의 미학을 보여준다. 과장이 없기에 더 오래 남고, 시적이기에 더 깊이 스며든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지금 여기의 순간’을 음미하라는 메시지를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건넨다. 그리고 바로 그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잊고 있던 삶의 소중한 감각을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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