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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시의 이미지즘(향수, 비, 춘설)

by sunnymoney1 2025.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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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시 관련 사진

정지용 시인은 섬세한 이미지와 세련된 시어를 특징으로 하는 193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입니다. 그의 초기 시의 경향은 이미지즘 계열이었고, 후기에는 동양적 관조의 세계를 주로 형상화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정지용 시의 이미지즘이 어떻게 그의 작품에 녹아 있는지 그의 시 '향수, 유리창, 춘설'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1. 향수

이 시는 가난하지만 평화로웠던 고향의 모습을 회상하며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각 연은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묘사한 고향의 정경을 유기적 관련성 없이 병렬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후렴구는 회상 속에 떠오른 고향의 정경에 대한 화자의 정서를 집약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1,2연에서는 넓은 고향 들판의 밝고 한가로운 정경에서부터 깊어 가는 겨울밤의 정경과 늙은 아버지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이 나타나 있습니다. 이어 3연에서는 동심과 꿈이 가득했던 어린 시절 고향의 모습을 회상합니다. 4연에서는 화자가 회상하는 구김살 없는 어린 누이와 덤덤하게 살아가는 순박한 아내의 모습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따가운 햇살 아해서 아내가 곡식 찌꺼기를 주워야 했던 가난한 생활이었건만 화자에게는 그조차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5연에서는 하늘에 있는 별, 까마귀가 울고 지나가는 지붕과 도란도란 구수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가정의 단란함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형식적인 면에서는 후렴구를 경계로 각 연이 구분되고 있습니다. 즉, 이 시의 후렴구는 각 연의 시상을 매듭지어 연과 연의 관계를 구별하는 기능을 합니다. 또한 동일한 내용을 반복함으로써 운율을 형성하고, 고향에 대한 화자의 그리움을 강조하며 시 전체에 통일성을 줍니다.

이 시에서는 연마다 고향의 모습을 드러내는 구체적인 장면이 나타나 있습니다. 풍경을 묘사하거나 인물의 모습이나 행동을 묘사함으로써 고향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특히 다양한 감각적 심상을 동원하여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것이 정지용 시인의 이미지즘입니다. 

 

2. 비

이 시는 비가 내리기 직전의 모습에서부터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까지의 모습을 짧은 시행 속에 감각적으로 그려 내고 있습니다. 전체 8연으로 각각 두 연씩 하나의 단락을 이루어 모두 네 개의 장면을 그리고 있습니다. 1~2연은 비가 내리기 직전 먹구름이 씨고 바람이 부는 정경을 그리고 있으며, 3~4연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모습을 산새의 꼬리와 걸음걸이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5~6연은 빗줄기가 모여 흘러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데, 여러 갈래로 흐르는 물줄기를 손가락이 펴진 모습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7~8연은 멈춘 듯하다가 다시 쏟아지는 비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 시의 화자는 비 내리는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만 하고 있을 뿐 그 어떤 감정도 드러내고 있지 않습니다. 

이 시는 주관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자연 현상을 감각적인 이미지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자연 현상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통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인상을 주고, 물방울이 튀는 모습과 물줄기의 모습, 물줄기가 가늘게 흐르는 모습 등을 살아 있는 생물에 빗대어 표현하여 생생한 느낌을 줍니다. 비가 내리는 모습을 시각적 심상을 통해 표현하고 비가 내리는 소리를 청각적 심상으로 표현하여 감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이것이 이 시에 나타난 이미지즘입니다.

 

 

3. 춘설

이 시는 초봄에 내린 눈을 통해 봄이 오는 기운을 생동감 있게 노래한 작품입니다. 보통 눈은 차가운 속성 때문에 주로 겨울의 이미지를 나타낼 때 사용되는데, 이 시에서는 초봄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시인의 참신한 발상이 돋보입니다. 1~3연은 화자가 초봄에 눈 덮인 산봉우리를 본 놀람을 영탄적 표현과 공감각적인 표현을 통해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4~6연은 겨우내 잠들어 있던 생명이 깨어나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모습에 대한 감탄을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연에서는 화자가 두꺼운 겨울 옷을 벗고 도로 춥고 싶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차가운 눈 속이지만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생동하는 봄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껴 보고 싶은 화자의 소망을 드러낸 표현입니다.  이 시에서도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봄이 온 것을 생동감 있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한 영탄법을 사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눈'은 겨울에 내리는 차갑고 서늘한 이미지를 나타냅니다. 하지만 이 시에서는 겨울에서 봄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눈'이 내리는데, 때 아닌 봄눈으로 주위의 자연이 생명의 기운을 얻어 살아 움직입니다. 그리고 화자는 꽃이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겨울돗을 벗고 싶어 합니다. 화자는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내리는 '봄눈'을 통해 봄을 맞는 반가움과 겨울이 가는 허점함을 이중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상에서 알아본 시 세 작품은 정지용의 이미지즘이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대상을 표현하였고, 묘사하면서 의미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지용은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의 구축, 간결하고 정확한 언어 구사를 통해 새로운 표현 기법을 개척했습니다. 이를 통해 1930년대 현대시의 발전에 이바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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