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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오 시 ‘동승’의 시선의 출발점과 인식, 공감의 조건

by sunnymoney1 2025.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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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오 동승 관련 이미지

하종오의 시 「동승」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불현듯 마주한 낯선 존재를 통해 동행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국철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화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아시안 남녀를 관찰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이질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지만, 이내 그들의 행동이 자신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내면의 편견을 자각하고 반성합니다. 시는 화자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며, 보통의 사람들 속에 감추어진 무의식적인 시선과 감정을 끄집어냅니다. 더불어 물결 위를 나르는 다양한 색의 새들을 등장시키며,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존재들의 조화를 상징적으로 제시합니다. 「동승」은 일상의 소소한 장면을 통해 나와 타자 사이의 간격을 돌아보게 하며, 함께하는 삶의 태도에 대해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낯섦을 향한 시선이 변화하며 동질감으로 나아가는 그 여정은, 독자들로 하여금 진정한 의미의 공존이 무엇인지 되묻게 만듭니다.

시선의 출발 지점

하종오의 시 「동승」은 평범한 출퇴근길의 지하철이라는 공간에서 출발하지만, 그 내부에는 매우 섬세한 감정의 흐름이 자리잡고 있다. 화자는 국철을 타고 이동하던 중,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대화하는 아시안 남녀를 목격한다. 이 장면은 낯선 존재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응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 건너편, 쳐다본다 등의 표현은 화자와 시적 대상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감과 이질감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처음부터 화자는 이들을 관찰하는 입장이다.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은 물리적인 공간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정서적 거리감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이와 동시에 시에서 반복되는 쳐다본다, 궁금해서 등의 표현은 관찰이 아닌 호기심에 가깝고, 이 호기심은 천박한 호기심이라는 자각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자각은 화자 자신이 타인을 무의식적으로 대상화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된다. 시적 공간으로 설정된 국철은 흥미롭게도 공적이면서도 익명의 공간이다. 이곳은 다양한 사람들이 아무런 접점 없이 함께 이동하는 장으로, 시에서 말하는 동승이 일어나는 배경이 된다. 같은 시간, 같은 열차 안에 있지만,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고 있을까? 「동승」은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아시안 남녀의 행동은 매우 일상적이다. 서로 마주 보며 웃고, 모자를 써 보고, 만년필을 손바닥에 써보는 행동은 아무런 긴장이나 낯섦이 없는, 오히려 친근한 모습이다. 이 지점에서 화자는 스스로의 편견을 인지하게 된다. 자신은 단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특별하거나 이질적인 존재로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깨달음은 자책으로 이어진다. "천박한 호기심"이라는 표현은 외부 대상에 대한 시선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었는지를 반영하며, 나아가 그 시선이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무의식적인 태도임을 스스로 고백하게 만든다. 시는 이러한 내면의 흐름을 섬세하게 따라가며, 독자가 같은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조용히 묻는다. 이처럼 시의 첫 번째 흐름은 무지의 시선에서 출발해 반성의 자각에 이르는 과정이다. 이는 단순히 외국인이나 타문화를 향한 시선을 넘어서,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타자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만든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앉아 있는 화자의 내면은 사실 끊임없이 질문하고 혼란스러워하며, 마침내 반성이라는 지점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같은 공간 다른 시선의 인식

시의 중반부에 이르러, 화자는 아시안 남녀의 행동을 관찰하며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난 변화에 주목하게 된다. 외부 세계를 단순히 본다는 행위는 그 자체로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동승」에서는 단순한 시선이 내면의 인식을 불러일으키며, 무의식의 반영이라는 심층적 의미를 담고 있다. 화자는 "문득 나는 천박한 호기심이 발동했다는 생각이 들어서"라는 표현을 통해, 자신이 가진 편견을 인지한다. 천박한이라는 단어 선택은 단지 가볍거나 일시적인 감정이 아님을 드러내며, 오히려 그 시선이 내포하고 있는 차별적 의식을 강조한다. 이때 시인은 독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특별한 문학적 기법보다는 직설적인 어휘와 담백한 문장으로 사실적 표현을 이어간다. 이 자각은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서 윤리적 인식으로 확장된다. "황급하게 차창 밖으로 고개 돌렸다"는 구절은 부끄러움과 함께 자신을 직면하기 어려워하는 감정을 보여준다. 자신이 무심코 품었던 생각이 사실은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화자는 눈을 외면하는 동시에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시인은 자연물을 등장시킨다. "국철은 강가를 달리고 너울거리는 수면 위에서 / 깃털 색깔이 다른 새 여러 마리가 물결을 타고 있었다"는 묘사는 강렬한 상징성을 갖는다. 다양한 색의 새는 곧 다양한 사람들을 의미하고, 함께 물결 위를 나르는 모습은 조화와 공존의 이상적인 상태를 암시한다. 화자는 이 장면을 통해 진정한 동승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단지 같은 열차에 탔다는 물리적 사실을 넘어,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화자는 아직 그 상태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나는 아시안 젊은 남녀와 천연하게 동승하지 못하고 있어 낯짝 부끄러웠다"고 고백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천연하게라는 표현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즉 아무런 거리감 없이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상적 상태를 가리킨다. 하지만 화자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반성하는 것이다. 이 역설은 동시에 화자의 진심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문학적 장치로 작용한다. 물리적으로는 같은 열차를 타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여전히 타인과 거리를 두고 있었던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는 장면이다. 이처럼 시의 중반은 자아의 분열과 통합 사이에서 갈등하는 화자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외형적으로는 단순한 풍경이나 사건의 묘사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이 숨어 있으며, 독자는 이를 통해 타자와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공감의 조건 탐색

시의 마지막 부분에 다다르면, 화자는 마침내 타자와의 유사성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국철은 회사와 공장이 많은 노선을 남겨 두고 있었다 / 저이들도 일자리로 돌아가는 중이지 않을까"라는 문장은 내면의 변화가 행동과 생각에까지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이 구절은 처음의 호기심과 이질감에서 출발한 시선이, 공감과 동일시로 전환되는 핵심 순간을 담고 있다. 화자는 더 이상 아시안 남녀를 단지 외부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같은 목적으로, 같은 공간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로 바라보며, 이전에는 놓치고 있던 동질성을 깨닫는다. 일자리로 향하는 국철, 따스한 봄날의 공기, 흔한 휴일의 풍경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이 닮아 있는지에 대한 통찰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시는 매우 조용한 어조로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사람은 누구나 낯선 존재를 경계하거나 호기심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스스로 인식하고, 그것을 넘어서려는 태도다. 시는 이 태도의 전환을 통해 진정한 동승의 의미를 전달한다. 또한 시는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에 대한 암묵적인 선언이기도 하다. 다른 국적, 다른 언어,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다르게 대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오도하는 일임을 시는 말없이 알려준다. 진정한 공존이란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가지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시는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화자의 작은 자각과 조용한 반성이 오랜 여운을 남긴다. "낯짝 부끄러웠다"는 표현은 감정의 폭발이 아닌, 내면의 침잠을 상징하며, 독자들에게도 동일한 감정을 유도하게 만든다. 이 정서의 흐름은 시 전체의 톤을 일정하게 유지하게 하고, 일상 속 사소한 장면이 얼마나 큰 인식의 전환을 이끌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동승」은 하나의 소소한 장면을 통해 타자와 나의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형성되는 시선의 문제를 다층적으로 탐색한 작품이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감정과 시선을 드러냄으로써 독자에게는 큰 공감을 자아내는 동시에,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문학적 힘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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