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은 소박한 언어 속에서도 깊은 울림을 전하는 시인입니다. 그의 시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포착하면서도 삶과 자연,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사과를 먹으며, 봄 꽃, 눈물은 왜 짠가는 함민복의 대표적인 시로, 각각 삶의 감사, 자연의 아름다움, 감정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세 작품을 해설하고, 함민복 시의 특징과 감성을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사과를 먹으며 - 생명 순환의 원리에 대한 깨달음
이 시는 사과를 먹는 일상적인 경험에서 출발하여 일상적 소재인 사과를 존재하게 한 자연의 이치에 대한 깨달음을 형상화 한 작품입니다. 여기서 자연의 이치는 생성과 소멸의 우주 원리입니다. 화자는 일상의 친숙한 존재인 '사과'를 먹으면서 사과를 존재하게 된 모든 것으로 사고를 확장시킵니다. 이와 같은 사고의 확장을 통해 모든 존재가 서로 얽혀 있다는 가치 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흙으로부터 사과가 만들어지고,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는 생명 순환의 원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은 또 '사과가 나를 먹는다'는 역설적 인식에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역설이란 표면적으로 모순되거나 부조리한 것 같지만 그 안에 진실을 담고 있는 표현법입니다. 이 작품의 화자는 흙으로부터 사과가 만들어지고,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나'와 '사과'가 결국 하나이며 순환된다는 인식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시의 전개와 표현상의 특징은 '~를 먹는다'라는 유사한 문장 구조를 반복함으로써 운율을 형성하고 점층적으로 의미를 확대하여 시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흙으로'가 시작되는 시행을 일부러 들여 쓰기를 함으로써 낯설게 하기를 통한 시적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상의 특징은 모든 생명은 순환한다는 작가의 '생명 순환론적' 인식을 강조해 줍니다.
2. 봄 꽃 - 아름다운 봄꽃의 힘
이 시는 함민복의 시집 <말랑말랑한 힘>에 수록된 작품으로 봄꽃의 부드러움이 가진 힘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봄꽃은 부드럽고 화사하여 힘이 없어 보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꽃침'이라는 역설적 비유를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드러운 꽃을 날카로운 '침'에 비유하는 낯설게 하기 수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평소 사지고 있던 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 주고 있습니다.
1연에서 화자는 시적 대상인 꽃에게로 다가가 찔린다는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찔림의 속성과 다르게 꽃에게서 부드러움에 찔린다는 역설적 비유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어 2,3연에서는 찔림을 통해 마음이 환해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꽃이 사람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합니다. 4연에서는 그래서 꽃침을 맞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화자는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하며 세상살이에서 얻은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정서를 아름다운 시를 통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낯설게 하기'란 친숙하거나 습관화된 사물이나 관념을 특수화하고 낯설게 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을 갖도록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이 시에서는 꽃을 침에 비유한 꽃침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꽃의 부드러움을 침의 날카로움과 연결하는 역설적 비유를 통해 꽃의 부드러움에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효과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3. 눈물은 왜 짠가 - 어머니의 배려와 사랑
'눈물은 왜 짠가'라는 의문문으로 제시된 시의 제목은 독자의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시의 마지막에 별도의 연으로 제시되면서 산문적으로 전개된 앞의 내용에 담긴 감동을 압축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화자는 지난여름의 경험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가난으로 인해 떨어져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된 모자는 잠시 설렁탕집에 들어가 요기를 합니다. 어머니는 중이염을 앓아 고리를 못 드시지만 아들에게 고깃국물이라도 먹이고 싶어 국물이 짜다는 거짓말로 국물을 더 달라고 하여 아들의 그릇에 부어 줍니다. 주인아저씨는 모자가 미안한 마음을 느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섭니다. 가난과 이산의 서러움에서 시작한 화자의 감정은 어머니와 주인아저씨가 보여 준 따뜻한 마음으로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라고
이 시의 경우 산문적인 특성이 두드러지는 독특한 시로, 서사적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인물의 성격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시상을 집약한 마지막 행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과 여운을 줍니다. 'ㅂ니다' 종결어미를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경험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