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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찰로 표기된 시가(정읍사, 서동요, 헌화가)

by sunnymoney1 2025.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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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와 관련된 사진

향가는 향찰로 표기된 한국 고유의 시가 형태입니다. 신라 시대부터 고려 초기까지 창작.향유되었던 서정시입니다. 향가는 4구체, 8구체, 10구체로 나뉘며, 그중 10구체 향가는 가장 완성된 형태로 평가받습니다. 각각의 향가 작품은 그 배경이 되는 설화와 함께 전승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향찰로 표기된 노랫말의 앞이나 뒤에 그 노래와 관련된 배경 설화가 서술되어 있습니다. 배경 설화는 설화적 성격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나 노래가 창작될 당시의 역사적 사실이 기술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향가의 대표적인 작품 정읍사, 서동요, 헌화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정읍사 

정읍사(井邑詞)는 현재 전하고 있는 백제의 유일한 작품입니다. 이 노래는 남편이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아 걱정하는 아내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향가는 대부분 신라에서 만들어졌지만, 정읍사는 백제의 음악적 전통과 민중의 정서를 담고 있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화자는 행상을 나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가다리며 남편이 무사하실 간절히 소망하고 있는데, 그러한 소망을 달에 의탁하여 표현했습니다. 여기서 달은 돋아 먼 곳까지 비출 수 있는 광명의 상징입니다. 또한 멀리 떨어져 있는 화자와 임 사이의 거리감을 좁혀 주는 매개물입니다. 또한 임이 무사히 돌아오도록 지켜 줌으로써 결국 화자와 임과의 사랑을 유지해 주고 화자의 인생을 밝혀 주는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빛'과 '어둠'의 대립 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화자는 날이 저물자 임이 행상을 다니다가 혹은 집으로 돌아오다가 위험한 곳을 가게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화자는 밤에 임을 지켜줄 수 있는 대상이자 과명의 상징인 '달'에게 남편이 있는 곳을 환하게 비춰달라고 하는 것에 나타나 있습니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속에서 전통적 여인상은 희생, 순종, 인고 등의 덕목을 지닌 여인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화자 역시 행상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걱정하고 그가 무사히 귀가하기를 기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여인상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전통적인 여인상은 고려 가요 <가시리>, 김소월의 <진달래꽃> 등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2) 서동요

서동요(薯童謠)는 현재 전하는 향가 중 가장 오래된 노래로, <삼국유사>에 실려 전합니다. 내용과 형식이 소박하고 단순한 4구체 향가에 해당하는데, 일반적으로 4구체 향가는 민요에서 정착되었다고 보고 민요체 향가하고 일컫습니다. 또한 서동이 아이들에게 부르게 했다는 점에서 동요의 성격을 따지만, 구애의 목적과 작가가 분명하여 개인 서정시의 성격을 지니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매우 단순하지만, 내용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실제로 일어나게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또한 배경설화를 참고하면 이 노래의 힘은 실제로 그 일이 이루어지도록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가가 무왕 관련 설화 속에 끼어들었다는 견해도 있으나, 배경 설화를 참고하면 서동의 사랑이라는 목적이 뚜렷하므로 일반적으로 서동이 창작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서정시는 시적 화자가 직접 자신의 마음이나 정서를 표현하는 1인칭 형식을 취하지만 <서동요>는 그렇지 않습니다. 배경 설화를 참고하면 이 작품은 본래 서동이 선화 공주와 혼인하기 위해 부른 노래이지만, 서동이 직접 나서서 말하지 않고 제삼자(아이들)가 서동과 선화공주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3인칭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3) 헌화가 

헌화가(獻花歌)는 <삼국유사>에 신라 33대 황인 성덕왕 때에 한 노인이 수로 부인에게 꽃을 바치며 불렀다고 전해지는 노래입니다. 수로 부인은 절세미인입니다. 신라 시대의 한 노인이 아름다운 수로부인을 위해 바위 절벽에서 꽃을 꺾어 바치는 것은 수로 부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큰 감동, 사랑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노래는 신분을 초월한 사랑과 헌신을 노래한 작품으로, 신라 미의식을 전형적으로 보여 주는 시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중심 소재인 '꽃'은 배경 설화를 통해 철쭉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철쭉꽃은 진달래꽃과의 유사성을 지니고 있어 고전 문학 작품에서 동질적 소재로 나타납니다. 즉 이 꽃들은 한국 서정시의 소재적 전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벼랑의 꽃을 향한 수로 부인의 지향이 나타나는 한편, 수로 부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노인의 정서가 '꽃'을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헌화가>의 꽃은 아름다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전 문학 작품 중에는 여성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모티프로 하여 지어진 노래나 그것과 결부되어 발생한 사건을 다룬 작품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로 부인과 관련하여 지어진 노래인 고대 가요 <해가>와 향가 <헌화가>, <처용가> 등은 빼어난 아름다움이 초자연적 경계를 넘나든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향가는 국문학사상 최초의 정형화된 서정시입니다. 향가의 가사와 표기 형식은 신라어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향가를 표기한 표기법인 '향찰'은 외래문화를 주체적으로 수용.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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